부쩍, 요즘 집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재미에 들렸다.
퇴사를 했기에, 평일 낮시간의 자유로움을 한껏 이용한 제법 재밌는 사치처럼 느껴져서 일까.
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낡아빠진 책 종이와
테이프로 나름 잘 정돈 된 구겨진 표지에서 만져지는 촉감과 시각이 꽤 만족스럽다.
이번에는 읽고 싶은 책들은 내가 찾아봤을 때 이미 대여가 된 상태로,
이 전 대여자가 반납한 이후에 바로 빌릴 수 있게 예약을 걸어두었고,
아주 운수좋겠도 딱 시험 기간 2주와 이 책들의 대여기간이 겹치는 행운까지!

시험이 끝나자마자, 책 한권을 바삐 꺼내 들었다.
맨 첫장 펴자마자 보이는 저자 싸인과 수기로 쓴 메세지 한 문장이
앞으로 이 책이 어떤 온기로 내 마음에 다가올 지 예상하게 했다.
책 소개 (출처: 네이버)
응급의학과 의사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마주한 평범한 우리 모두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응급실의 의사 남궁인이 조금 색다른 에세이로 독자를 찾아왔다. 『제법 안온한 날들』에서 그는 좀더 일상에 가까운 시선으로 삶을 말한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매번 인간의 운명을 지켜봐야 했던 그에게, 모든 것은 결국 사랑이었다. 우리가 살아 있는 순간,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순간, 그럼에도 기억함으로 완성되는 순간. 인간의 고통과 그럼에도 끝내 찾아오는 기적 같은 회복을 매 순간 지켜보는 그가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에는 우리가 결국 지금, 여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 있음을 생생히 확인시켜주는 특별함이 담겨 있다. 이번 책은 전작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와 결을 조금 달리한다. 이전 산문집에서 응급실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근거리의 생생한 모습을 주로 전했다면, 이번 책에서 그는 종종 안온한 일상으로 물러나 고통 이후 찾아오는 인간의 회복을 멀리서 응시하기도 한다. 가장이 쓰러져 휠체어에 앉게 됐지만 남은 가족은 그를 돌보며 슬픔을 딛고 건강하게 회복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희망」)는 타인이 함부로 재단하지 못할 인간의 불행과 행복, 생명력에 관한 일화다.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론 저자의 사랑이야기까지도 서슴치 않고 꺼낸다.
(지난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 그러하듯,
철저하게 본인 위주의 기억과 감정들이라
지난 인연이 되었을 상대방에겐 다 사전 동의를 구한 것인지 궁금하긴 했닼ㅋ)
첫 사연부터 예상치도 못한 눈물을 마구마구 흘렸다.
이 책을 대여하고, 첫 장을 넘겨 저자 싸인을 보고, 목차를 대강 훑을때까지만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많이 울리는 책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울다, 울다, 웃다, 울다, 웃다.
일부러 독자의 눈물을 뽑아 내기 위해 자극적이거나 극적으로 내용을 뽑아내진 않았다.
그냥 죽음의 한발자국 앞에 있는 삶에서,
오감으로 흡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담담하게 풀어냈는데,
그래서 무심코 넘긴 책 한장이 내 심장을 쿵 때리는 순간들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눈믈을 흘리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이 책을 꺼내들었던 지하철에서든, KTX 기차 안에서든, 서재에서든 말이다.
'사람'이라는 평범한 '유대감'이 자못 내 감정을 크게 건드릴 줄이야.
'사랑'이라는 다채로운 '컬러'가 일상의 '배려'로 해석된 이 책이, 정말 좋았다.
나에겐 흔하지 않은 상황을, 흔하게 마주하는 이 저자의 이야기는,
이렇게 책으로 편히 앉아서 들여다 보는게 미안할 정도로, 무료할 틈 없이 귀했다.
'삶과 죽음' 사이의 선에 서서,
'함께 하는 모든 시공간 속의 서로에게,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지켜야 하는 마음가짐, 예의'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겨울에, 눈 내리는 날에 유난히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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