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문드문 안부를 물으며, 서로의 대소사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관계,
너무 가까워서도, 너무 멀어서도 어색한 관계, 가족이다.
이 말들이 혹자에게 다소 서운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가깝게 있을 수 밖에 없는 관계이기에
오히려 적당한 거리감을 두었을 때, 균형이 맞을거라는... 나의 단견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는, 거의 매일 멀리 떨어져 사는 아빠,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며 하루의 이야기를 나눈다.
남동생네와는 머지 않은 거리에서 살고 있기에, 친구처럼 종종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낸다.
식사를 하고, 커피와 빵을 나눠 마시며, 코스트코를 가고, 올 해엔 일본과 속초 여행을 다녀왔다.
아주아주 어렸을 때 매주 주말마다 할머니댁을 갔었고, 그렇게 사촌동생들과는 자연스레 자주 본 덕인지,
20대에 교류가 많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든 연락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사이들이다.
얼마 전 출산한 사촌동생에게도 오랜만에 안부를 묻는 연락이 왔고,
뜬금없지만 책을 선물하고 싶다 했다.
손편지, 책, LP, 그림은 언제 받아도 참 좋은 선물이다. 거절하고 싶지 않은 선물이다.
준다고 하면 덥석덥석 받고 싶은 선물이다.
출산 후 100일도 안된 아가를 보며 육아하느라 하루하루 정신없는 와중에도
나를 생각해준 그 마음에 감동 몽땅 받아버렸는데, 거기에다가 책이라니.
정확히 이틀 후, 이쁜 손글씨가 적힌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
당신을 읽느라 하루를 다 썼습니다 \ 공백 지음
머릿말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길래, 책을 읽기도 전에 유튜브 구독을 했다.
책 군데군데에는 공백 작가가 좋아하는 다른 작가의 책 글귀들이 인용되어 있다.
그 책이 왜 좋았는지 물론 짧게는 언급되어 있지만, 그정도로는 호기심이 채워지지 않아
도서관 대출이 가능한 책부터 빌려서 읽어보기로 했다.
사고의 유연함을 가진 부분은 비슷하여 공감이 쉬이 됐으나,
늘 내가 불편해하던 주제인 페미, 자격지심 등에 있어서는 이 책이라고 하여 내 마음을 동하게 하지는 못하였다.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지, 그것을 지닌 사람들을 싫어하거나 비난하진 않는다.
그것도 그들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를 받아드리면 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나에게 공백작가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었다.
평소 내가 가진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지닌 작가의 글은, 정말 쉽고 빨리 읽힌다.
그래서 이번에도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완독할 뻔 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10일 간의 여유를 두고,
작가의 생각을 공유했다.
잠깐, 쉬어가려는 누군가 있다면,
햇살 좋은 날 커피숍에 앉아 이 책 한권에 커피 두 잔 정도 소비하길 추천한다.
그 날 밤은 나 자신과 어색하지 않게, 편안한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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