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공백 작가의 책 속에서 인용된 여러 문구 중,
유독 왜 이 책에 제일 먼저 마음이 끌렸을지는 모르겠으나, 바로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쉴 새없이 읽어 내려갔다.
얇은 책 두께마저 마음에 들어버린 <단순한 열정>
이 책에 가장 감사한 건,
나에게 '아니 에르노'라는 작가의 존재를 알게 해 준 것.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작가에 대해서 검색해보았다.
그 말은 즉슨, 책이 꽤 맘에 드니, 이 글을 써낸 사람이 누구일까 라는 호기심이 생겼다는 것.
르노도 문학상 수상? 노벨 문학상 수상?
세상에. 엄청난 작가였잖아!
아니 테레즈 블랑슈 에르노(프랑스어: Annie Thérèse Blanche Ernaux, 혼전 성씨: 뒤셴·Duchesne, 1940년 9월 1일 ~ )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문학 교수, 노벨상 수상자이다. 어린시절 노르망디의 이브토에서 보냈으며, 루앙 대학 현대문학과에 진학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결혼하고 그 뒤, 교수자격시험에 합격한 이후 10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대부분 자전적이며 사회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학 작품을 집필하였으며, 자신의 부모와 청소년기, 결혼, 낙태, 알츠하이머 병, 어머니의 죽음과 유방암 등을 소재로 하였다. 1984년 《아버지의 자리》로 르노도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3년 그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상이 제정되었다. 2011년 자전 소설과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Ecrire la vie)를 통해 생존 작가로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됐다. "개인 기억의 뿌리, 소외, 집단적 구속을 밝혀내는 용기와 꾸밈 없는 예리함"으로 202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출처: 위키백과)
작가에 대해서 모른 채,
책을 먼저 읽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수상경력을 알고 책을 읽었다면,
나도 모르게 갖게 되는 선입견을 쌓인 경외심이나,
그렇게까지 해석하지 않아도 되는 오바스러운 의미들을 찾으려고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작가의 실체(?)를 모른 채, <단순한 열정>을 읽으며 나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내 감정까지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한 곡의 클래식을 듣는 것 같았다.
이토록 자전적인 글을 읽어본지가 언제였던가.
어떤 한 페이지는 숨을 멈춘 채 읽었고, 그 페이지를 넘어가서야 숨 쉬는 걸 잊었다는 걸 인지했다. '단숨에 읽었다'는 누군가의 표현이 이런 상황에서 쓰는 걸까.
또 다른 한 페이지는 내 숨소리가 지금 이 책을 적어내려가고 있는 작가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서, 숨을 잠시 참아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감정이 치닫을 수 있고, 그 감정을 이렇게 글로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에게 <단순한 열정>은
섬세한 표현이었지만 예민하지는 않았다. 털털했지만, 잘 정돈 되어 있었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을 더 찾아볼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별다른 이유는 아니고, 이 뒤에 내가 읽어봐야지 하고 예약해둔 책(반납 기한이 정해져 있는)들이 아직 여러권이다.
비록 한 권이었지만, 아니 에르노 작가에 대한 인상이 나에게 너무 좋게 남아버렸다.
책 뒷 편에 이재룡(문학평론가, 숭실대 불어과 교슈)님의 해설 몇 장이 붙어 있고,
그 안에 작가의 다른 책들에 대한 설명도 짤막하게 나마 함께 엉켜있다. 가장 솔직한 이유는 그 속에서
'오, 이 책 읽어봐야 겠다'고 내 마음에 콕 찝혀진 책이 없다.
당장은 아니지만, 일부러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피하지 않으려는 이상,
어느 모먼트에든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억지스럽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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