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의 러닝, 아침 집안 청소 후 샤워, 2시간이 훌쩍 넘는 강의, 서울-부산 KTX 2시간 50분, 파란불이 켜지면 건너는 횡단보도, 글자가 빽뺵히 차있는 책 한권 완독, 글라인더에 원두를 갈아 드립 커피 내리기, 창 밖 풍경에 하염없이 시간 뺏기기,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면 향 피우기, 햇볕에 나른해진 화분들에 물 주기, MAC 업데이트...
운동을 굉장히 특별한 일정으로 생각한 탓인지, '운동'이라는 스케줄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달까.
오랜 친구와의 대화에서 '운동이 일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운동과 점점 멀어지게 된 이유들을 생각해보건데, 런닝머신 위에서 늘어가는 숫자(러닝타임, km 등)에 유독 집착을 보였다. '10분을 뛰어야지' 하면, 1분 1분... 9분 남았다, 8분 남았다, 힘이 들면 들수록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에 더 집착하게 되고, 끈기 대신 '멈춤'을 선택한다.
그랬다,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에 목표한 바를 끝내는 것에 급급해 조급한 마음만 부추겼다. 그러니, 흥미가 떨어질수밖에.
일요일 저녁, 일주일의 계획을 적고 매일 저녁, 다음 날의 to do list를 다시 한번 점검한다. 시간 배분을 해가며 계획한 바를 빠뜨림 없이 해낼 수 있도록 조절한다. 간혹 갑자기 생긴 일정으로 계획이 틀어질 때면 조급해지는 마음을 붙잡고,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라며 나의 진도와 흘러가는 시간에 촉박하지만 '여유'를 챙겨보려 한다.
요즘 나의 화두는
'시간을 들여야하는 일' 그리고 '그냥 해'
운동은 일주일에 두 번, 더 가고 싶더라도 참기, 가야 하는 날 몸이 무거워서 운동을 머뭇거리게 되더라도 일단 가기. 운동기구가 있는 센터 장소와 친근해지기. 운동을 하며 즐겨보는 드라마나 유튜브를 챙겨보기, 러닝 목표로 한 시간과 km는 한 달 단위로 늘려가기.
첫째 날, 큰 결심 없이 운동을 다녀왔고 샤워 후 책상에 앉은 나는,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체내 안의 열기와 에너지를 느꼈다. 피곤한 몸을 끌고 간 아침 운동은 더한 피곤함을 만들어 올거라는 나는 단순한 계산은 정확하게 틀렸다. 내 경험 상 말이다. 그 날의 몸에서의 반응이 재밌었다. 운동복이 흠뻑 젖었고, 이마에는 땀 한방울이 흘러내렸다. 나 이런 느낌 좋아하는구나?
행복해.
운동 후 그 느낌이 좋아서, 운동을 하러 가고.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라고 다독이며, 목표를 채워 운동을 마치고. 오늘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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